PC 하드웨어 중 메모리의 역할은 ‘중간 다리’ 정도로 볼 수 있다. 속도가 아주 느린 편에 속하는 저장장치와 속도가 아주 빠른 CPU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속도가 느린 저장장치는 메모리에 임시로 데이터를 저장해 두며, CPU는 빠른 속도로 메모리에 기록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

여기서 저장장치에서 실행시킨 데이터가 많다면, 메모리에 이를 많이 옮겨두게 된다. 그런데 메모리가 부족하다면 느린 저장장치를 가상 메모리로 활용하게 된다. 이때는 아주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즉 메모리 사용율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구글 크롬이나 어도비 포토샵 등의 그래픽 프로그램을 구동 시에는 속도 저하를 막기 위해 메모리를 대용량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다. 이런 특성 덕분에 메모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을 하게 됐다.

그런데 메모리 용량보다도 메모리의 속도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고사양 게임을 즐길 때다. 사실 스트리밍을 함께 진행하지 않는 이상 현 시점에서는 DDR4 16기가 정도면 충분하며, 그 중에서도 고클럭 메모리를 구비하는 편이 게임에는 더 적합하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는 고클럭 게이밍 메모리가 많은 관심을 받는다. 해당 메모리들은 대부분 메모리 클럭 3200MHz 이상으로 동작한다. 메모리 클럭 3200MHz로 동작하는 게이밍 시스템은 기본 메모리 클럭인 2666MHz보다 프레임을 더 높게 유지한다.

그러나 3200MHz 메모리는 가격대가 상당히 높았다. 그렇기에 보급형 게이밍 PC를 구성할 경우 대체용으로 오버클럭이 잘되는 삼성 메모리 등을 통해 수동으로 메모리 오버클럭을 한 뒤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또한 안정화시키려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이런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본 3200MHz 메모리가 출시됐다. 2020년 1월 16일 기준으로 마이크론과 팀그룹에서 해당 메모리를 찾아볼 수 있다. 당연히 XMP 설정을 적용시켜 사용하는 게이밍 메모리보다 가격대도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보급형 게이밍 PC를 구성할 때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등장한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 대원CTS'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 대원CTS'는 현존 3200MHz 메모리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엔트리 메모리다. 장착 후 XMP 등의 설정 없이도 기본으로 3200MHz으로 표기된다. 해당 메모리는 8G, 16G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엔트리 메모리이기에 오버클럭 메모리와 달리 메모리 소비 전력이 1.2V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덕분에 저전력으로 사용 가능하다. 따로 방열판이 없어도 발열이 적어 수명 걱정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신뢰성도 높다. 마이크론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모리 제조업체며, 국제 표준 JEDEC 규격을 준수한다. 거기에 자체 품질 테스트가 진행돼 불량률이 매우 낮다.

PC에 익숙하지 않아도 설치를 쉽게 끝마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마이크론 크루셜 홈페이지에서는 메모리를 설치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공한다. 3분 남짓한 해당 영상을 통해 메모리를 장착하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3200MHz 메모리를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는 고성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 모델인 라이젠 5 3600의 경우 20만원 초반의 가격으로 코어 i7-8700과 비슷한 성능을 제공할 정도다. 이와 같은 특징 덕분에 수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세서의 절대 성능 외에도 메인보드의 도움이 컸다. AMD 라이젠 지원 메인보드는 가장 하위 모델인 A320 메인보드부터 고클럭 메모리 및 메모리 오버클럭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인텔 메인보드의 경우 Z390, Z370을 제외하면 남은 칩셋은 메모리 오버클럭을 시도할 수 없다. 2666MHz가 한계다. 설령 3200MHz 게이밍 메모리를 장착하더라도 메인보드가 H310, B365, B360 칩셋이라면 결국 2666MHz로 동작하게 된다. 이는 인텔 프로세서의 메모리 컨트롤러가 듀얼채널 DDR4 2666MHz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MD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는 듀얼채널 DDR4 3200MHz를 지원한다. 이는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어느 메인보드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클럭이기도 하다. 즉 중·보급형 게이밍 PC 시장은 고클럭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젠 프로세서 탑재 제품이 충분히 선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 우측 메모리 클럭에서 3200MHz로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h A/B Volt에는 1.212V로 표기. 즉 저전력으로 동작하는 3200MHz 메모리다

성능은 어떨까

성능 비교를 위해 라이젠 5 3500X, 코어 i5-9500F, 마이크론 Crucial DDR4 8G PC4-25600 CL22 대원CTS를 준비했다. 두 CPU 다 6코어 6스레드로 동작하며 비슷한 등급의 CPU라 볼 수 있다. 메모리는 8G x2 구성이다.

테스트 조건은 두 CPU 다 공식 지원 클럭에 맞춰 진행된다. 라이젠 5 3500X는 3200MHz, 코어 i5-9500F는 2666MHz다. 이후 게임 4종을 통해 두 시스템의 성능 차이를 확인해 봤다. 참고로 측정 시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 SUPER 6GB 그래픽카드를 사용했다.

오버워치

오버워치는 1920x1080 해상도에 매우 높음 설정으로 리플레이를 반복해서 재생하며 프레임을 측정했다. 오버워치는 보통 인텔 프로세서가 프레임이 조금 더 높게 나온다. 그러나 라이젠 5 3500X는 3200MHz 메모리를 덕분에 평균 프레임이 약간 더 높게 나왔다.

▲ 리플레이 구간에서 측정을 진행했다

▲ 평균 프레임이 조금 더 높게 나왔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에란겔 섬의 민가를 한 바퀴 돌면서 리플레이 구간을 생성한 뒤 프레임을 측정했다. 옵션은 1920x1080 국민 옵션으로 진행했다. 국민 옵션은 매우 낮음 프리셋에 안티 앨리어싱, 텍스처, 거리 보기를 울트라로 설정한 것을 뜻한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14~17 프레임 정도 차이가 났다.

▲ 리플레이 파일을 생성한 뒤 측정을 진행했다

▲ 3500X가 더욱 높게 나왔다

기어스 5

기어스 5는 게임 안에 내장된 자체 벤치마크로 구동했다. 프리셋은 ‘높게’며 수직 동기화 해제, 최소 프레임 속도 없음, 최대 프레임 속도 무제한 옵션으로 진행됐다. 해상도는 1920x1080이다. 이 또한 라이젠 5 3500X 시스템이 앞섰다.

▲ ‘높게’ 프리셋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 라이젠 5 3500X 테스트 결과

▲ 코어 i5-9500F 테스트 결과

▲ 기어스 5에서는 모두 라이젠 5 3500X이 코어 i5-9500F보다 높게 측정. 평균 프레임은 비슷하지만, 평균 CPU 프레임(게임)에서 앞섰다. 또한 평균 최소 프레임(하위 5%)에서 앞선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보더랜드3

보더랜드3는 게임 안에 내장된 자체 벤치마크로 구동했다. 프리셋은 ‘중간’이며 1920x1080 해상도에 그래픽 API는 DX11이다. 이 또한 라이젠 5 3500X 시스템이 조금씩 더 높게 측정됐다.

▲ 중간 프리셋으로 게임 내에 탑재된 벤치마크를 통해 테스트가 진행됐다

▲ 보더랜드3에서는 평균 4프레임 정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보급형 게이밍 PC에는 3200MHz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택하자

3200MHz의 적용 시의 성능을 확인해 봤다. 대부분의 테스트에서 라이젠 5 3500X(3200MHz 적용)이 코어 i5-9500F(2666MHz 적용)보다 좀 더 나은 성능을 지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무엇보다도 고클럭 메모리 덕분이다.

▲ 이미지 : 제조사 제공

즉 중보급형 게이밍 PC를 구성할 때는 고클럭 메모리를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특히 3세대 라이젠을 사용한다면 A320 메인보드부터 X570 메인보드를 쓰더라도 JEDEC 3200Mhz 메모리를 별도의 설정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보급형 게이밍 PC를 구성하기에 더 좋은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