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9월 국내에 음성인식 AI 스피커가 첫 출시된 이래, 현재까지 국내에 판매된 음성인식 AI 기기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다. 이는 국내 통신사와 포털에서 출시한 제품 판매량만을 고려한 수치로, 2014년 출시한 AI 스피커 원조격인 아마존 에코(Echo)와 구글 홈을 비롯한 해외 제품 구매량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크게 늘어난다. 또한, 한 조사기관이 2018년 1월 한달 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12,000명을 대상으로 앱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음성인식 AI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람의 비율이 5.2%에 달했다. 이 수치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기 부동산 앱이나, 배달음식 앱 설치율과 유사한 수준으로 AI 플랫폼의 인기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성인식 AI 스피커의 시장이 커지고 있는 까닭은 스마트홈 산업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IoT 기반의 기기 및 솔루션들이 산업 군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TV, 냉장고 등의 대형가전부터 시작해 체중계, 비데 등 소형가전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상용화 된 가운데 도어락, 가스벨브, 전기 플러그 등의 실용적인 솔루션도 많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제품 및 솔루션이 IoT를 기반으로 하며 AI 스피커와의 호환성도 늘려가고 있지만,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스마트 해졌는지를 느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이나 솔루션이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조명이다. 조명은 모든 건축 공간에 들어가는 내장재로 사용자들이 눈으로 바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직물적인 요소다. 이는 2차 산업혁명의 시초가 백열등의 개발이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스마트 조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통계상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 역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2017년 아마존닷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정환경 개선용품으로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인 휴(hue) 제품이 꼽혔다. 또한, 일본어를 이해하는 아마존 에코가 출시된 지난 11월 일본 내 휴 사용자는 전년 동월 대비 307% 증가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필립스의 스마트 조명 휴는 2012년 미국과 유럽에서 처음 출시된 이래 스마트 조명의 상징과 같이 떠오른 제품으로, 2015년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과의 호환성을 추가하며 스마트 조명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본격적인 AI 스피커의 시대가 도래한 작년 2017년(11월까지)에는 전년 대비 49%의 국내 이용자수가 증가했다.

이러한 국제적 이용자 증가추세에 발 맞춰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에서는 자체 AI 플랫폼인 클로바(Clova)의 최초의 조명 호환 제품으로 휴를 선택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국내의 다른 AI 플랫폼들 역시 휴를 스마트홈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 요소로 고려하며 협업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현대, 대우, 대림, 효성 등 국내 대표 대형건설사들의 전시용 모델 하우스에 휴가 적용되며 스마트홈을 위한 스마트 조명 상용화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조명의 활용은 스마트홈 환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짧은 기간 머물지만 집과 다름없는 효용가치를 제공하는 숙박산업에서도 높은 사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대표 호텔 기업 앰배서더 호텔 그룹은 2017년 필립스와 전략적 제휴(MOU)를 맺고, 호텔 내 객실에 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호텔 솔루션 ‘아이스테이(iStay)’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휴는 아이스테이를 기반으로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 이그제큐티브 플로어인 호텔 16층의 25개 모든 객실에 적용돼, 투숙객들에게 혁신적인 IoT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앰배서더 호텔은 휴를 포함한 아이스테이 솔루션을 바탕으로 종합숙박 O2O 서비스 업체와의 협업도 고려 중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주변기기 회사인 레이저(Razer) 역시 게임유저들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의 극대화를 위해 휴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레이저는 세계최대규모 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18을 통해 휴와의 호환성 추가 소식을 전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레이저 크로마(Chroma) 시스템이 적용된 키보드 및 마우스를 통해 오버워치 및 다양한 인기 게임들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스마트 조명의 화려한 조명 효과를 통해 배가된 즐거움과 스릴감을 맛볼 수 있다.

음성인식 AI 서비스를 필두로 가정 내 4차 산업혁명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상용화의 돛을 올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들의 수와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스마트 조명과 같이 가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속에 고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마트 조명이 이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