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부 강은희 씨(34세)는 진열대 가장 안쪽에 있는 요구르트를 꺼내느라 애를 먹었다. 맨 앞에 진열된 요구르트의 유통기한은 12월 8일 강씨가 꺼내 든 건 12월 11일로 많은 차이가 없었다. 그는 어렵게 찾은 요구르트를 잘 샀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고른다.

한국소비자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식품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보는 표시사항 중 유통기한이 25.4%로 가격을 중요하게 보는 15.8%보다 높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에 대하여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엄연히 다름에도 아직 소비자는 유통기한이 식품을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생각 하고 있다. 유통기한은 단지 식품이 소비자에게 배송, 판매가 가능한 기한이며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하여 먹지 못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통기한 경과로 버려지는 식품의 양 한 해 6,200억. 이렇게 많은 식품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있다. 이러한 유통기한 경과 식품 쓰레기는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유통기한은 먹을 수 있는 섭취기한으로 인식이 굳어져버렸다.

유통기한은 단지 식품의 배송, 판매가 가능한 기한이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섭취기한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내의 의견이다. 실제로 2009년 한국 소비자원에서 국내에 유통 중인 우유 3종과 유음료(커피음료) 4종, 치즈 2종을 대상으로 유통기한 경과 후 품질변화에 대해 실험을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우유의 경우 3종 모두 유통기한이 만료되고 최고 50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일반세균과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 커피음료의 경우엔 유통기한 만료 후 최고 30일, 치즈 역시 유통기한 만료 후 최고 70일이 지나는 시점까지 일반 세균이나 대장균군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버려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불황의 여파로 알뜰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화두는 역시 떨이 상품이다. 이마트의 경우 녹색소비자연대와 업무협약을 맺어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의 식품폐기물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은 제품을 모아 50% 할인하여 판매하는 알뜰쇼핑코너 등을 운영 중에 있다.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떠리몰이라는 쇼핑몰은 유통기한이 2년~2주 남은 제품을 소비자 가격대비 최고 90%를 할인하며, 평균 할인율은 50% 이상이다.

떠리몰의 관계자에 따르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동일시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분들이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통기한이 지나도 식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라며 “떠리몰에 가입한 회원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차이를 알고 계신 분들이다.” 떠리몰 구매 고객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총 232명 중 제품을 구매할 때 유통기한이 매우 중요 40명 (17%), 중요 108명 (47%), 보통 69명(29%), 개의치 않는다 15명 (7%)로 제품을 구매할 때 유통기한이 중요하다는 대체적인 반응이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를 알고 있는 고객이 206명으로 90%,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20명 97%로 구매 시에는 유통기한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구매 후 보관을 잘하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통기한 임박한 상품에 대한 재조명이 이전에 없었던 바는 아니다. 음식쓰레기가 회자 될 때마다 유통기한 임박식품에 관한 이야기는 나왔었다. 그러나 사회적 분위기 및 소비자의 외면으로 인하여 유통기한 임박 제품의 판매는 달성되지 못한채 계속 버려지고 있었다. 민간업체로부터 시작된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새로운 조명, 유통기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재고의 기회로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에 대한 판매가 촉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