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내 SSD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브랜드 중 하나로 '마이크론(Micron)'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독주하고 있던 국내 SSD 시장에서 불과 1~2년새 엄청난 성장을 거두며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4분기에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올해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가격비교 사이트 SSD 부문에서 인기 순위 상위 20개 제품 중 무려 6개를 마이크론이 차지하고 있는 것. 이는 모든 SSD 브랜드 중 가장 많은 수에 해당하는 수치로 SATA3 2.5인치 SSD부터 현재 급성장 중인 M.2, 그리고 mSATA까지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 '올해가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마이크론이 이처럼 SSD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국내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이름임에도 주저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성능이나 안정성 면에서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최근 한국을 방문한 브래드 앤더슨(Brad Anderson) 마이크론 세일즈 총괄 VP를 국내 유통사인 대원CTS 본사 사무실에서 만나 마이크론 SSD의 특징과 지난 해의 성과, 올해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브래드 앤더슨(Brad Anderson) 마이크론 세일즈 총괄 VP

성공적인 2015년을 보냈던 마이크론

마이크론은 국내 PC 유저들 사이에서 최근 SSD 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는 반도체 설계에 있다. 무려 3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메모리를 만들어내며, 반도체 분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고, 2015년을 기준으로 20여 개국 이상의 국가에 진출해 있다.

DRAM을 비롯해 NAND 플래시, NOR 플래시, SSD 등 다양한 반도체 기반의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공식 파트너사인 대원CTS를 비롯한 몇몇 유통사와 친밀한 파트너쉽을 유지하며 국내 유저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마이크론은 지난 해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며 톱클래스의 SSD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크루셜 MX200 모델을 필두로 TLC 기반의 보급형 BX200, M.2 및 mSATA 타입의 SSD 등 여러 가지 제품을 히트시키면서 지난 해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물론 한 때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무려 50여 개가 넘는 SSD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곳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브래드 앤더슨(Brad Anderson) 마이크론 세일즈 총괄 VP는 "한국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마이크론의 크루셜(Crucial) SSD 브랜드가 지난 한 해 세계 시장에서 15~18%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삼성전자에 이어 2~3위 정도 수준일 것이다. 짧은 시간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 등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다양한 제품 중에서도 MX200 모델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라고 밝혔다.

좀비라 불리는 크루셜 SSD, 이름만큼 극강의 안정성 자랑해

그렇다면 마이크론이 춘추전국시대와도 같은 SSD 시장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성능과 안정성, 가격과 빠른 피드백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대부분 만족시켰다는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대원CTS 마케팅 본부 김상형 주임(좌)과 브래드 앤더슨 마이크론 세일즈 총 괄 VP (우)

특히 글로벌 No.1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자리잡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은 지난 해 마이크론이 거둔 최대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해당 국가에 맞는 정책을 내놓았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크루셜 제품들은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는 '좀비 SSD'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크루셜 SSD 특유의 끈기(?)가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때문에 오버클럭 등을 목적으로 하이엔드PC를 조립하려는 유저나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이밍PC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 마이크론 Crucial BX200 (이미지 : 제조사 제공)

브래드 앤더슨 마이크론 세일즈 총괄 VP는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크루셜 SSD는 '좀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이크론의 제품들이 여느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은 안정성을 자랑하는데, 이는 숙련된 엔지니어의 노력에 따른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차별화된 데이터 암호화 기술이 적용돼 일반 사용자는 물론 정부 기관과 같은 곳에서도 믿고 사용할 수 있다"라며, "추가로 각 제품에 대한 라인업을 잘 나눠놓은 점도 좋게 어필될 수 있었던 요인이라 생각한다. 마이크론의 제품은 용도에 따라 총 8개 모델이 출시돼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에 대한 빠른 대처 또한 마이크론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실제로 많은 SSD 업체들이 반짝 인기를 얻었다 예기치 못한 문제에 휩쓸려 소리 없이 사라지고는 했다. 문제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이 떨어진다거나 빠른 해결을 원하는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달랐다. 속도나 안정성 등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회사 내의 전문 CS 부서가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그 어느 브랜드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당 국가 유저들의 성향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하고 있어 흡사 로컬 브랜드 만큼이나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브래드 앤더슨 VP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이에 맞는 서비스와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론은 이러한 경우를 오래 전부터 많이 겪었고, 이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있어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법을 안다"라며, "최근 크고 작은 문제들로몇 건의 펌웨어 수정이 있었는데, 이 때에도 오히려 발 빠른 대응으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말 그대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이크론의 제품은 '믿고 사도 좋다'는 인식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올해도 다양한 신제품으로 한국 유저 사로잡을 것

지난 해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던 마이크론은 올해도 그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사양이나 모델명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의 신제품들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먼저 올 상반기에 하이엔드 유저를 위한 고성능 SSD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역시 정책상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지만, 익스트림급PC를 꾸미기에 적합할 정도의 사양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2나 PCI-Express 와 같은 특수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제품도 대거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울러 자동차 블랙박스 시장을 타켓으로 다양한 용량의 마이크로SD 제품도 선보이게 된다.

브래드 앤더슨 VP는 "정책상 출시되는 제품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다만 어떤 제품이 출시되든 '역시 마이크론은 다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갖췄다는 것만은 말해줄 수 있다. 2016년에도 마이크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한국 시장은 다른 어느 곳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마니아 층이 많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러한 요구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만큼 시설을 갖추고 있기에 누구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울러 한국 내 유통사인 대원CTS와의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