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이하 ‘표시광고 개정지침’) 개정안이 시행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난 지금, 뒷광고 근절과 예방을 위해 그동안 디지털 미디어 업계가 어떤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효과는 어떠한지 현황을 짚어본다.

뒷광고 논란, 그리고 그 이후 한달
포털의 오픈사전에 의하면 ‘뒷광고란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업체로부터 받은 광고나 협찬을 별다른 표시 없이 자신의 콘텐츠에 노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동안 뒷광고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존재해 왔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서는 PPL이라는 명목 하에 의상과 소품, 식음료, 심지어는 아파트까지 특정 브랜드가 시청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왔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방송이 끝난 후 해당 브랜드의 협찬 사실이 방송 어디에도 고지되지 않았던 게 부지기수였다. 이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는 뒷광고와 다르지 않다. 다만 많은 이들이 시청자들은 영상 속 주인공(혹은 배우)이 쓰는 제품을 눈여겨 볼 뿐, 그들의 사용 이유가 무조건적인 제품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며 너그러웠을 뿐이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과 SNS 포스팅에 대한 잣대는 사뭇 달랐다. 실시간, 양방향으로 진행되는 온라인에서의 소통을 통해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쌓아가므로,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를 신뢰해 제품에 대한 호감이나 인지를 쌓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특히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이라 이름 붙은 언박싱(Unboxing) 영상과 콘텐츠들은 ‘믿을만한 이의 추천 아이템’으로 여겨져 유명 유튜버들의 경우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인터넷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이런 영상들이 실은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진행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유튜브 구독자들의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영상에 별도의 ‘협찬’이나 ‘광고’ 표시가 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찾아낸 네티즌들은 해당 유튜버의 채널에서 마녀사냥 수준의 악플을 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유명 유튜버들은 줄줄이 사과나 해명 영상을 찍어 올렸고, 심지어 몇몇은 심한 악플을 견디다 못해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뒷광고로 인한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논란이 확대되면서, 실제로 유튜버들을 관리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및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이번 표시광고 개정 지침을 받아들이는 한편 적극적인 방안마련에 돌입했다.

제일 먼저 행동에 나선 곳은 한국MCN협회와 한국 인플루언서산업 협회로 공정위의 지침 준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강구에 나섰다. 한국MCN 협회의 경우, 업계 대표회사인 샌드박스, 다이아TV, 트레져헌터, 비디오빌리지 등 5개사 관계자와 교수, 변호사 등 학계 전문가가 참여한 회의를 진행했으며, 이후 광고주협회 등 관련 단체와 업무협약(MOU) 후 뒷광고 자율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더불어 올 초 법안 작업을 시작한 ‘1인 미디어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을 논의하며 법적인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논의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서 기준을 외친 MCN 업계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MCN업계의 행보는 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발했다. MCN업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곳은 샌드박스였다. 뒷광고 논란으로 뜨거웠던 8월 중순, 많은 MCN 회사들이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내부지침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우왕좌왕 하던 당시, 이미 외부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를 초빙해 임직원과 소속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총 3회의 내부 교육을 실시했다.

‘유튜브 환경에서의 표시 광고법 실무교육’이란 이름으로 직원에게 한 번, 소속 크리에이터에게 두 번씩 진행된 교육을 통해 샌드박스는 공정위의 표시광고 개정안을 쉽게 설명하고, 광고표기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샌드박스는 이를 통해 변경된 개정안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은 물론, 왜 도입되었고 왜 지켜야 하는지 등 보다 개정 취지의 근본적인 부분들까지도 크리에이터와 임직원의 눈높이에서 이해시키려 애썼다. 더불어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 수준에 부응하고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표시광고 개정지침의 모범적이고 선제적인 이행을 위해 공정위와 함께 1인 미디어로서 시청자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협찬을 받아 광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 개정된 표시광고 지침에 따라 관련된 경제적 이익관계를 투명ㆍ명확ㆍ솔직하게 표현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클린 콘텐츠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클린 콘텐츠 캠페인’에는 샌드박스 외에도 다이아TV, 트레져헌터 등 기업들도 동참했다.

이를 위해 샌드박스 대표 크리에이터인 ‘도티’(본명 나희선)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도티TV’에 공정위 소비자 안전정보과 소속 김건주 사무관과 함께 출연해 지난 9월 개정된 ‘표시 광고법’에 대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시청자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질문과 답변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같은 소속사인 인기 애니메이션 크리에이터 ‘빨간토마토’도 다양하 디지털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들이 자발적으로 ‘클린 콘텐츠 선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참여 방법을 애니메이션으로 쉽게 설명한 가이드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했다.

건강한 유튜브 환경 조성을 통해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만들자는 데는 다른 MCN 들도 뜻을 함께 했다. 인플루언서 플랫폼 기반 MCN인 케이센트는 뒷광고 논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광고 표기 지침 관련 자발적 교육을 진행해 왔고,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광고 표기 지침을 준수하고자 노력해 왔다.

뷰티 및 패션 전문 MCN인 아이스크리에이티브의 경우, 직원과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내부적인 가이드 라인을 수립하고, 접점이 많은 담당 직원에게는 추가적인 내부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앞서 마련된 가이드에 따라 개별 크리에이터의 밀착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교육 및 러닝 전문 MCN인 유니브는 9월 중 2주간 내부 제작 PD들과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맞춘 내부 광고 고지 교육을 실시하고, 게임 전문 MCN 롤큐도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내부 광고 교육과 교육자료를 공유하고 크리에이터 개별 면담을 통한 점검을 진행했다.

뒷광고를 타산지석 삼은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플랫폼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표시광고 개정지침이 발효된 지난 9월초 네이버TV 운영원칙을 개정했다. 채널 개설 후 광고주와 연관된 콘텐츠를 올릴 때, 경제적 이해관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기할 것을 안내했고, 위반 시 위반 정도에 따라 경고, 영상 삭제, 비공개, 라이브 중단, 권한제한 등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안내했다.

아프리카TV도 지난 9월부터 플랫폼에 고지 기능을 도입해 위반 시 자체 운영정책 기준에 따라 서비스 이용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TV도 원칙적으로 영리 방송을 금지하고, 별도 제정한 상업 방송에만 마련된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을 공지했다. 위반 시 위반카드를 발급하고 누적도에 따라 이용을 제한한다.

업계의 자정작용에 대한 효과와 공정위의 대응
표시광고 개정지침을 만들고 감시하게 되는 공정위는 현재 인플루언서들의 ‘유료 광고 포함’ 문구 기재 여부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모니터링 요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30명 인원으로 두 달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나, 내년에는 ‘심사지침 준수 여부 모니터링 사업’으로 분리해 약 2억원 선의 별도 예산을 책정받아 보다 체계적으로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상공회의소빌딩에서 MCN 업계 및 인플루언서와 만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부당 광고 방지를 위한 대화’ 자리에서 “소비자는 소비 활동을 할 때 안전할 권리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으로도 공정위의 감시와 지도가 강하고 꾸준하게 진행되리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9월 1일부터 시행된 공정위 표시광고 개정지침의 모범적 이행을 위해 MCN 및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서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업계 내 협의와 내부 검열 등으로 자정활동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아직은 몇몇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교육과 자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조만간 다른 기업들도 빠르게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더욱 깨끗하고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와 관련된 산업, 그 중에서도 온라인 커머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광고시장 역시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의 실수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대비책을 만들지 않는다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크리에이터와 MCN 및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물론 시청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소를 잃고도 굳이 외양간을 고치는 이유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리고 그 보다 더 많은 소를 잃지 않기 위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