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는 물론이고 모바일 시대가 주를 이루면서 콘텐츠 소비 형태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공통적인 부분도 적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해상도’에 있다. 고화질, 고음질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유행화되었고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주목 받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기본적으로 HD(1280 x 720) 해상도를 시작으로 풀HD(1920 x 1080)은 기본이고, QHD(2560 x 1440)와 4K(3840 x 2160) 해상도까지 주를 이루고 있을 정도다. 그래픽과 디지털 이미징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고화질, 고음질은 보고 듣기에 좋지만 자연스레 큰 용량을 수반한다. 이는 곧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컴퓨팅 파워가 향상되면서 이들을 쉽게 재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반대로 대용량 콘텐츠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출시 중인 프로세서의 동향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쿼드코어에서 벗어나 헥사(6) 코어 구성을 갖게 된 것을 시작으로 전반적인 코어 구성이 증가했다.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코어 수가 늘면서 그만큼 많은 작업을 수행하거나 고화질 콘텐츠 재생 및 변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

그러나 더 많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4~8코어 구성도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더 많은 코어와 쓰레드가 필요하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 환경을 위한 초고성능(HEDT) 프로세서들이 시장을 형성해 왔다. 데스크탑만 하더라도 코어 시리즈 외에도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과 HEDT 시리즈들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대 10코어까지 제공한 프로세서들은 뛰어난 효율성을 앞세워 시장을 이끌어갔다.

시간이 흘러 HEDT 프로세서 시장에도 큰 변화의 태풍이 불어왔다. 더 많은 코어는 물론이고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기술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로 코어 i9 X-시리즈 프로세서가 등장하게 됐다. 이 새로운 HEDT 프로세서는 적게는 10코어에서 최대 18코어까지 품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코어 2개씩을 두고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그만큼 작업 환경에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 중 코어 i9 7960X는 가장 상위 라인업인 코어 i9 7980XE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고성능 프로세서로 뛰어난 성능과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이다.

인텔 코어 i9 7960X (X-시리즈 프로세서)
소 켓	LGA 2066
제조 공정	14nm
코어/쓰레드	16C / 32T
작동속도 (터보부스트)	2.8GHz (4.2GHz)
캐시 용량	222MB
DMI	DMI 8GT/s (DMI 3.0)
TDP	165W
가격	178만 4910원 (인터넷 최저가 기준)
제품 문의	인텔 (http://www.intel.co.kr)

익스트림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고성능 프로세서 ‘코어 i9 7960X’

코어 i9 7960X 프로세서를 포함한 코어 i9 X-시리즈 프로세서는 기본적으로 뼈대와 플랫폼은 스카이레이크-스케일러블 프로세서(Skylake – Scalable Processor)에 기반한 제온-W(Xeon W) 라인업과 유사성을 갖는다. 기존 하스웰-E(Haswell-E)와 브로드웰-E(Broadwell-E) 계열 플랫폼은 어느 정도 호환성을 유지하며 세대를 이어갔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진 아키텍처와 설계 구성으로 인해 플랫폼 단위에서 변화가 이뤄졌다.

▲ 코어 i9 프로세서는 코어와 캐시들을 그물처럼 엮은 메시 아키텍처를 채택

스카이레이크-SP의 큰 변화는 아키텍처와 캐시 정책이다. 먼저 기존 익스트림 계열에 적용된 링버스(Ring-Bus) 구조가 메시(Mesh) 구조로 변경됐다.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코어와 캐시, 메모리 컨트롤러, 입출력 컨트롤러 등을 원형 구조로 배치해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았다. 순차적으로 통신함으로써 코어와 캐시간 불필요한 접근을 줄이면서 성능을 개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어 수가 많아질수록 링버스 구조는 자연스레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지연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작동속도를 높이고 DDR4 메모리 호환 대역을 높이는 방식도 사용하며 한계를 극복했지만 이번에는 코어 집적 밀도와 구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메시 아키텍처의 적용이다. 그물이라는 뜻을 가진 메시는 코어와 컨트롤러, 캐시 등이 일정한 형태로 배치됨을 말한다. 이들 사이에는 라우터를 놓아 필요한 데이터들을 즉시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각 코어가 촘촘히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낮은 작동속도에서도 높은 대역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AVX-512 명령어의 도입은 더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변화는 명령어다. 코어 프로세서는 고급 벡터 연산(AVX) 기술을 바탕으로 성능을 크게 높여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코어 i9 X-시리즈 프로세서에는 AVX 2.0에 추가로 AVX-512 명령어를 더했다. AVX-512는 기존 AVX 2.0 FMA 유닛 2개를 묶어 구성한 것으로 한 클록(Clock) 주기에 FP64 기준 32개, FP32 기준 64개에 해당하는 부동소수점 처리를 지원한다.

AVX-512는 과학 시뮬레이션과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딥러닝, 3D 모델링, 영상 변환 등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 코어 i9 7960X 프로세서의 CPU-Z 정보

이렇게 완성된 코어 i9 7960X 프로세서는 16코어/32쓰레드라는 엄청난 구성을 제공한다. 바로 위에 포진해 있는 플래그십 프로세서인 코어 i9 7980XE가 18코어/36쓰레드 구성이므로 차이는 있어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준의 격차는 아니다. 코어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진 대신 작동속도는 2.8GHz로 최상위 제품 대비 200MHz 높다.

성능 측정

최고의 자리는 아니지만 그 수준에 도달해 있는 HEDT 프로세서 코어 i9 7960X. 16코어/32쓰레드라는 엄청난 구성은 실제 성능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안타깝게도 이 프로세서는 게이밍 프로세서는 아니다. 물론 게임을 즐겨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으나, 이 프로세서는 다중 코어를 적극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고성능 프로세서다. 때문에 테스트는 영상 변환과 렌더링 등 쓰레드 활용이 많은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알려둔다.

비교 제품군은 2세대 이전에 HEDT 라인업의 기둥이던 코어 i7 5960X 프로세서와 현재 게이밍 프로세서로 활약 중인 코어 i7 8700K 프로세서 등이다. 하나는 기존 익스트림 프로세서 대비 성능 차이, 다른 하나는 코어가 증가한 현역 아키텍처와의 성능 차이다. 코어 i9 7960X가 이들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는지 확인해 보자.

<테스트 사양>
- CPU : 인텔 코어 i9 7960X / 인텔 코어 i7 5960X / 인텔 코어 i7 8700K
- 메인보드 : 에이수스 TUF X299 Mark II / X99-DELUXE / ROG STRIX Z370-G 게이밍
- RAM : 지스킬 트라이던트Z DDR4-3200 32GB (8GB x 4)
- VGA :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
- SSD : 인텔 730 시리즈 240GB
- 파워서플라이 : 시소닉 SS-1200XP 1,200W
- 운영체제 : 윈도10 프로 64비트
- 드라이버 : 지포스 391.24 게임 레디 드라이버

PCMARK 10 – Digital Content Creation

PC의 성능을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PCMARK 10을 활용해 각 프로세서간 성능을 측정했다. 이 테스트는 여러 작업 환경에 맞춰 진행되는데 그 중 영상 편집과 변환, 3D 처리, 렌더링 성능 등을 확인하는 디지털 콘텐츠 생성 항목이 마련되어 있다. 비교는 이 항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테스트 결과, 코어 i9 7960X 프로세서는 9412점으로 가장 높게 측정됐고 코어 i7 5960X가 6827점, 코어 i7 8700K가 4108점을 각각 기록했다. 모두 동일한 지포스 GTX 1080 그래픽카드를 사용했는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속도와 코어/쓰레드 수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일단 코어 i7 8700K는 이 중 유일하게 듀얼채널 DDR4 메모리를 쓴다. 나머지 두 플랫폼은 동일하게 쿼드채널 DDR4 메모리를 채택하고 있다. 더 여유로운 데이터 처리 대역폭 확보로 더 나은 성능을 구현할 여력이 있다. 여기에 쓰레드 효율과 명령어 세트의 처리 능력 등이 최종적인 성능 차이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고부하 작업에서 HEDT 프로세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라 하겠다.

Handbreak – Video encoding

영상 인코딩 처리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브레이크(Handbreak)를 실행했다. 영상은 약 10여 분 가량으로 4K 영상을 반대로 풀HD(1080p)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리보기 영상의 움직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여부를 확인했다.

측정해 보니 코어 i9 7960X는 25 프레임을 기록했다. 코어 i7 5960X는 17 프레임, 코어 i7 8700K는 13 프레임을 각각 기록했다. 코어와 쓰레드 수가 정확히 2배 차이나는 코어 i7 5960X와 비교하면 정확히 2배 차이는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쓰레드 처리 능력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어 i7 8700K는 12개 쓰레드로 사양만 보면 무난하지만 HEDT 프로세서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Adobe Premier Pro CC – 2160p Export

대표적인 영상 제작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CC를 활용해 약 5분 가량의 4K 영상을 내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내보내기 작업이 완료되는 시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했기에 실질적인 작업 환경에서의 성능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작업을 진행해 보니 코어 i9 7960X는 113초만에 영상 내보내기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코어 i7 5960X가 181초, 코어 i7 8700K가 208초를 각각 기록했다. 작동속도도 중요하지만 쓰레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최종 성능을 결정한 듯 하다.

코어/쓰레드 수에 큰 차이가 없는 코어 i7 5960X와 7800K의 처리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상대적으로 2배 가까운 쓰레드 수를 자랑하는 코어 i9 7960X는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작동속도는 낮지만 고급 명령어와 쓰레드 처리 효율성이 좋은 결과로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Cinebench R15 Benchmark

시네벤치(Cinebench)를 실행해 각 프로세서간 렌더링 성능을 비교해 봤다. 이미지 렌더링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시네벤치는 쓰레드 수에 맞춰 작업이 이뤄지므로 많으면 많을수록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예로 코어 i7 5960X는 16쓰레드(8코어)이므로 16개의 작업칸이, 코어 i7 8700K는 12쓰레드(6코어)이므로 12개의 작업칸이 이미지를 그려낸다. 마지막으로 코어 i9 7960X는 32쓰레드(16코어)로 총 32개의 작업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각 프로세서간 쓰레드 차이는 16개와 20개다. 이 차이가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확인해 보자.

각 프로세서의 성능을 측정해 보니 코어 i9 7960X는 32개 쓰레드가 활약하며 3167점을 기록했다. 코어 i7 5960X은 1355점, 코어 i7 8700K는 1440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결과를 보면 쓰레드 수에 비례해 성능이 향상된다고 100% 단정 지을 수 없더라도 수치적으로는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결국 쓰레드 수 만큼 성능 차이는 분명함을 말한다.

최고 수준의 작업 효율을 구현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사실 코어 i9 7980XE 같은 플래그십 프로세서를 갈구하는 환경은 많다. 그러나 엄청난 고가의 프로세서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코어 i9 7960X 역시 180만 원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몸값을 제시하고 있다. 이 프로세서 역시 아무나 덥석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플래그십보다 허들이 낮은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테스트 결과가 증명하듯, 다중코어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또는 처리 환경에서 코어 i9 7960X 프로세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16코어/32쓰레드가 주는 든든함은 어떤 작업에서도 자신감을 심어준다. 여기에 AVX 2.0 및 복잡한 연산에서 힘을 발휘하는 AVX-512 명령어 등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기능의 도입도 가치를 빛내는 요소 중 하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