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RX 580·570은 오랫동안 메인스트림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활약해 왔다. 풀HD 해상도로 온라인 게임 및 패키지 게임을 즐길 때 가성비가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능만 놓고 보면 경쟁사를 넘어설 수준은 되지 못했다. 경쟁 상대는 GTX 1060 6GB·3GB였는데, 상황에 따라 이보다는 나은 조건을 제공할 수 있었지만 결국 어떤 제품도 GTX 1070의 상대는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나중에 출시된 라데온 RX 590도 마찬가지였다.

이 점은 지포스 RTX 그래픽카드가 출시된 후 더욱 두드러졌다. 라데온 RX 590·580·570으로는 RTX 2060을 상대할 수 없었다. 이는 베가 64·56이 상대해야 했고, 그마저도 전력 대비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다. 유의미한 장점은 비디오 메모리가 더 많다는 것이었다.

AMD는 이에 맞춰 새로운 RDNA 아키텍처 기반 데스크톱 GPU ‘나비’를 선보였다. 나비 GPU는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FidelityFX, VR 등의 기술을 지원한다. 또한 신규 컴퓨팅 유닛을 탑재해 응답 시간을 높이고 게임 레이턴시를 낮췄다. 그런 나비 GPU는 라데온 RX 5700 XT, 라데온 RX 5700 2종으로 선보인다.

경쟁 상대를 어떻게 설정되어 있을까? 라데온 RX 5700은 지포스 RTX 2060과 경쟁하게 된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지포스 RTX 시리즈처럼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지원할 수는 없다. 하지만 RTX 2060 대비 실성능은 좀 더 낫다고 볼 수 있고, 비디오 메모리도 더 많아 게임 시 좀 더 쾌적하게 높은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 물론 전력 대비 성능도 크게 늘었다.

AMD 그래픽카드의 명가 사파이어는 라데온 RX 5700의 레퍼런스 버전인 SAPPHIRE 라데온 RX 5700 D6 8GB(이하 사파이어 RX 5700)를 선보였다. 7nm, FidelityFX, 프리싱크2 HDR 등을 지원한다. 고품질 전원부와 쿨링 솔루션도 갖춰 마라톤 게이밍에 적합하다.

SAPPHIRE 라데온 RX 5700 D6 8GB
제조공정	7nm
코어 클럭	베이스 클럭 1465MHz 게임 클럭 1625MHz 부스트 클럭 1725MHz
메모리	GDDR6 8GB(256bit/14.0Gbps)
스트림 프로세서	2304개
출력 포트	디스플레이포트 1.4 3개, HDMI 2.0b 1개
TDP	최대 180W
전원 포트	8+6핀 보조전원
가격	461,400원(8월 2일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
제품 문의	이엠텍아이엔씨(https://www.emtekinc.co.kr/)

깔끔한 외관의 게이밍 그래픽카드

사파이어 RX 5700은 레퍼런스 디자인이라 회색 커버에 단정한 외관을 갖췄다. 상위 모델인 RX 5700 XT의 레퍼런스 버전은 그래픽카드 중앙 부분이 찌그러져 보이는데, 사파이어 RX 5700은 그런 특이하면서 멋진 디자인보다는 레퍼런스 본연의 깔끔함을 추구한 것이다. 특히 AMD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가장 깔끔한 편에 속한다.  

가로 길이는 268mm로 블로워팬이 장착된 제품답게 제법 크다. 상위 모델 라데온 RX 5700 XT의 272mm보다는 조금 작다. 2개의 팬이 탑재된 일반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크기라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크기면 미들타워 케이스부터는 별 특이사항 없이 장착할 수 있다. 호환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GPU 클럭은 베이스 클럭이 1465MHz, 게임 클럭이 1625MHz다. 부스트 클럭은 1725MHz다. 이는 라데온 RX 5700 본연의 레퍼런스 클럭이다. 라데온 RX 5700 XT 레퍼런스 클럭(베이스 클럭 1605MHz, 게임 클럭 1755MHz, 부스트 클럭 1905MHz)과 비교해 보자. 라데온 RX 5700이 라데온 RX 5700 XT 대비 베이스 클럭 140MHz, 게임 클럭 130MHz, 부스트 클럭 180MHz이 모자라다. 추후 비레퍼런스 그래픽카드 등장 시 RX 5700 XT 레퍼런스와의 차이를 줄일 수도 있다. 벤치마크 시 실성능은 RTX 2060을 위협하며 RTX 2060 슈퍼와 경쟁하는 수준이다.

메모리는 256bit 인터페이스 GDDR6 8GB며 14000MHz의 속도로 작동한다. 이는 상위 모델 라데온 RX 5700 XT와 같다. 최근 AAA급 게임은 고사양 프리셋을 적용 시 비디오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데, RTX 2060의 GDDR6 6GB 정도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RX 5700의 GDDR6 8GB 메모리 정도면 현 시점에서는 모자랄 것이 없다.

▲ GDDR6 8GB 구성이다

▲ 마이크론 메모리가 탑재됐다

제조 공정은 라이젠 3세대와 같은 시기에 등장한 덕분에 7nm다. 스트림 프로세서 개수는 2304개로 상위 모델 라데온 RX 5700 XT의 2560개보다 254개 더 적다. 상위 제품군인 RX 5700 XT와 달리 나비 10 풀칩은 아닌 셈이다.

보조 전원은 8핀(6+2핀)을 사용하며 권장 파워 서플라이는 600W로 표기됐다. 소비 전력은 180W다. 225W인 라데온 RX 5700 XT보다 45W 더 적다. 이 정도면 게이밍 그래픽카드 치고 파워 서플라이 사용량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소비 전력으로 유명했던 라데온 베가 64은 권장 파워 용량이 750W에 달했었다.

출력 포트는 디스플레이포트 1.4 3개(5120x2880@60Hz), HDMI 2.0b 1개(4096x2160@60Hz)다. 최대 4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4K UHD 해상도로 사용 시에는 최대 3개의 디스플레이가 사용 가능하다.

빠른 속도로 온도를 식히는 베이퍼 챔버 방열 설계

사파이어 RX 5700은 레퍼런스 그래픽카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블로워팬이 적용됐다. 블로워팬은 쿨링팬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 쿨링 성능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겉보기보다 제법 잘 식혀 준다. 이는 베이퍼 챔버 방식이 적용되었기에 가능했다.

베이퍼 챔버 방식은 GPU, 전원부와 직접 맞닿는 구리 플레이트에 열이 전달될 때 구리 플레이트 내부의 증기가 발열을 히트싱크로 빠르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히트파이프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다. 쿨링 효율도 뛰어난 편이다.

써멀 패드는 상위 제품군 사파이어 라데온 RX 5700 XT와 동일한 히타치 TC-HM03이 채택됐다. 기존 써멀 컴파운드보다 더 높은 열 전도율의 써멀 패드로 빠르게 열을 전달해 준다. 또한 전원부와 메모리에서 발생되는 발열도 써멀 패드와 베이스 플레이트가 빠르게 흡수해 해소시킨다.

온도 및 소음은 어떨까. 1920x1080 풀옵션 상태로 설정 후 15분 동안 그대로 둬 풀로드 상태로 만들었다. 풀로드 상태가 되니 GPU 온도 OO도, 팬 스피드 42%로 동작했다. 해당 상태에서의 소음은 어떨까? 풀로드 상태에서는 평균 소음 52dB로 측정됐다. 이는 조용한 사무실 정도다. 그래픽카드 소음으로 거슬리지 않았다.

▲ 풀로드 상태에서의 소음. 평균 44.7dB

▲ 라데온 와트맨을 동해 자동 언더볼팅, 자동 오버클럭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성능은 어떨까

다음으로 사파이어 RX 5700이 실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간략한 테스트를 통해 알아봤다.

<테스트 사양>
- CPU : 인텔 코어 i7-9700K
- 메인보드 : 기가바이트 Z390 어로스 마스터
- RAM : 팀그룹 T-Force DDR4 16G 25600 나이트호크 RGB(8Gx2)
- 파워서플라이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700W +12V Single Rail 85+
- 운영체제 : 윈도우10 64bit RS5

3DMARK

FutureMark사의 3DMARK 중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타임 스파이를 구동했다. 이를 통해 사파이어 RX 5700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22,288점으로 측정됐다. 참고로 그래픽 점수는 라데온 RX 5700 XT는 26,008점, RTX 2070은 23,000점대로 측정된다. RTX 2070보다 약간 낮은 정도다.

DX12 기반인 타임 스파이에서는 그래픽 점수 7,687점으로 측정됐다. 참고로 RTX 2060이 이와 비슷하게 나온다. 타 그래픽카드와 비교하면 라데온 RX 5700 XT는 8,812점, 860MHz로 극오버클럭된 RTX 2060 슈퍼(RTX 2070과 비슷하거나 더 상위의 성능)의 경우 9,467점으로 측정된다.

바이오 하자드 RE:2

AAA급 게임인 바이오 하자드 RE:2에서 프레임을 측정해 봤다. DX11 API에 그래픽 우선 프리셋을 적용시킨 상태다. 수직 동기화를 해제하고 풀HD, QHD 환경으로 나눠 측정했다. 측정 구간은 클레어 B편 시작 부분에서 경찰서 헬기가 떨어진 뒷문 앞까지 이동하는 부분이다.

풀HD 해상도에서는 평균 203프레임, 최소 167프레임으로 측정됐다. QHD 해상도에서는 평균 131.6프레임, 최소 113프레임으로 측정됐다. 참고로 RTX 2060 슈퍼(1860MHz)의 경우 풀HD 평균 193프레임, 최소 163프레임으로 동작한다.

오버워치

오버워치 훈련장 벤치마크를 통해 풀HD, QHD, 4K UHD 환경의 프레임을 테스트해 봤다. 렌더링 스케일은 100% 고정에 옵션은 최상 프리셋으로 설정했다. QHD까지는 고주사율 모니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4K UHD도 평균 60프레임은 훌쩍 넘겼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톰 클랜시의 디비전 2에 포함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해 풀HD, QHD 해상도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 지 알아봤다. DX12 API 적용 및 풀옵션에서 수직 동기화만 해제한 조건이다. 테스트 결과 평균 프레임은 풀HD 88 프레임, QHD 58 프레임으로 측정됐다. 옵션 타협을 통해 고주사율 모니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RX 5700 XT는 풀HD 102프레임, QHD 67프레임이다.

▲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풀HD 결과

▲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QHD 결과

전력 소모

RX 5700의 소비 전력은 180W로 표기된다. 사파이어 RX 5700의 소비 전력을 벤치마크 테스트 시 GPU-Z 센서를 통해 확인해 봤다. 148W로 측정했다. 참고로 최대 온도 80도(핫스팟 90도), 팬 스피드 34%, 팬 스피드 1713RPM도 확인할 수 있다.

깔끔하고 성능 좋은 사파이어 RX 5700

사파이어 RX 5700에 대해 알아봤다. 레퍼런스 디자인 중에서도 아주 깔끔했고, 게임은 고주사율 모니터와 사용해도 잘 어울릴 정도로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풀로드 상태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은 없었고 소음도 적은 편이라 장시간 게임을 즐겨도 거슬릴 일이 없었다.

또한 게임 시에는 RTX 2060 슈퍼, RTX 2060보다 좀 더 나은 성능을 제공했다. RX 590·580·570 시리즈와 달리 이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가격대는 8월 2일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으로 461,400원이다.

40만 원 대에서 그래픽카드를 고를 때 사파이어 RX 5700은 어떨까? 해당 가격대의 그래픽카드 중에서는 사파이어 RX 5700의 성능이 RTX 2060을 넘어서며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도 더 많다. 40만 원대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려 하면서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한다면 사파이어의 RX 5700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