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N 아키텍처는 정말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아키텍처였다. 라데온 HD 7850, 라데온 R9 290X, 라데온 RX 480, 라데온 베가 64, 라데온 7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그래픽카드들이 GCN 아키텍처로 개발됐다. 해당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카드는 성능은 좋지만 전력 효율이 경쟁사 대비 낮다는 점이 있어 아쉬움을 샀다.

AMD는 이에 맞춰 GCN 아키텍처의 후속인 RDNA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RDNA 아키텍처 기반 GPU는 향후 데스크톱, 콘솔 게임기, 모바일 AP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현 시점에서는 데스크톱 GPU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RDNA 아키텍처 기반 데스크톱 GPU가 바로 ‘나비’다.

나비 GPU는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 FidelityFX 및 VR 등 다양한 기술을 지원한다. 특히 시각적 효과 및 다중 캐시 계층에 적합한 신규 컴퓨팅 유닛을 탑재해 게임 내 지연율을 낮추고 응답 시간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런 나비 GPU는 라데온 RX 5700 XT, 라데온 RX 5700 2종으로 선보인다.

경쟁 상대를 설정한다면 어떨까? 라데온 RX 5700 XT는 지포스 RTX 2070, 라데온 RX 5700은 지포스 RTX 2060에 해당한다. 지포스 계열 RTX 그래픽카드처럼 레이트레이싱 기술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동급 제품의 성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AMD 그래픽카드의 1군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사파이어는 이에 맞춰 라데온 RX 5700 XT의레퍼런스 버전인 SAPPHIRE 라데온 RX 5700 XT D6 8GB(이하 사파이어 RX 5700 XT)를 선보였다. 7nm, FidelityFX, 프리싱크2 HDR 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품질 전원부와 쿨링 솔루션을 갖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APPHIRE 라데온 RX 5700 XT D6 8GB
제조공정	7nm
코어 클럭	베이스 클럭 1605MHz, 게임 클럭 1755MHz 부스트 클럭 1905MHz
메모리	GDDR6 8GB(256bit/14.0Gbps)
스트림 프로세서	2560개
출력 포트	디스플레이포트 1.4 3개, HDMI 2.0b 1개
TDP	최대 225W
전원 포트	8+6핀 보조전원
가격	53만 4400원 (7월 22일 / 인터넷 최저가 기준)
제품 문의	이엠텍아이엔씨(https://www.emtekinc.co.kr/)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정석

사파이어 RX 5700 XT는 레퍼런스 디자인답게 회색 커버에 무난해 보이는 외관을 갖췄다. 무난해 보인다는 것은 자세히 보면 이번 사파이어 RX 5700 XT는 그래픽카드 중앙 부분이  찌그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수령하고 이를 발견하면 택배 운송 중 강한 충격을 받았나 오해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찌그러져 보이는 부분이 미려하게 처리됐음을 보면 멋진 디자인이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라데온 레퍼런스 디자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가로 길이는 272mm로 블로워팬이 장착된 제품답게 덩치가 큰 편이다. 가로 길이만 놓고 보면 2개의 팬이 탑재된 그래픽카드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크기면 미들타워 케이스에는 거의 다 장착할 수 있다. 레퍼런스답게 호환성은 높은 편이다.

GPU 클럭은 베이스 클럭이 1605MHz, 게임 클럭이 1755MHz다. 부스트 클럭은 1905MHz로 굉장히 높다. 물론 이는 레퍼런스 클럭이다. 아직 비레퍼런스 그래픽카드가 등장하지 않아 비교 대상을 찾을 수는 없지만 벤치마크 시 실성능은 RTX 2070을 위협하는 수준이니 충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는 256bit 인터페이스 GDDR6 8GB며 14000MHz의 속도로 작동한다. 대작 AAA급 게임을 즐길 때 고사양 프리셋을 적용하면 비디오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오 하자드 RE:2의 경우에도 그래픽 우선 옵션을 적용하면 6GB 메모리를 거의 다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GDDR6 8GB인 사파이어 RX 5700 XT는 충분한 그래픽 메모리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제조 공정은 라데온7에 이어 7nm다. 스트림 프로세서 개수는 2560개(컴퓨팅 유닛 40개)로 하위 모델 RX 5700(컴퓨팅 유닛 36개)의 2304개보다 254개 더 많다. 사파이어 RX 5700  XT는 나비 10 풀칩으로 컴퓨팅 유닛 40개가 모두 탑재됐다고 볼 수 있다.

보조 전원은 8핀(6+2핀)을 사용한다. 권장 파워 서플라이는 600W로 표기됐다. 소비 전력은 225W다. 보통 게이밍 시스템이면 파워 서플라이 용량을 넉넉하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정도면 그렇게 높은 사양은 아니다. 일례로 라데온 베가 64의 경우 권장 파워 용량이 750W에 달했었다.

출력 포트는 디스플레이포트 1.4 3개(5120x2880@60Hz), HDMI 2.0b 1개(4096x2160@60Hz)다. 최대 4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4K UHD 해상도로 사용 시에는 최대 3개의 디스플레이가 사용 가능하다.

PCB 기판의 휘어짐을 방지하며 발열 해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백플레이트도 탑재됐다. 블랙 색상으로 단단하다. PCB 후면을 손으로 직접 만질 일이 없어 그래픽카드를 만질 때도 부드럽다. 

베이퍼 챔버 방열 설계 적용

사파이어 RX 5700 XT는 레퍼런스 그래픽카드답게 익숙한 블로워팬이 적용됐다. 라데온 7은 쿨링팬 세 개가 장착됐었는데, RX 5700 XT는 다시 블로워팬 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다. 물론 쿨링팬 하나라 쿨링 성능에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쿨링 효율은 겉보기에 비해 제법 괜찮은 편이다. 이는 베이퍼 챔버 방식이 채택됐기에 그렇다.

방열 설계는 앞서 언급한 베이퍼 챔버 방식이다. GPU, 전원부와 맞닿는 구리 플레이트에 열이 전달되면, 구리 플레이트 내부의 증기가 발열을 히트싱크로 빠르게 전달해 GPU의 발열을 식혀 준다. 히트파이프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쿨링 효율도 더 뛰어나다.

써멀 패드는 히타치 TC-HM03이 채택됐다. 이는 기본 써멀 컴파운드보다 더 높은 열 전도율을 지닌 써멀 패드다. 또한 전원부와 메모리에서 발생되는 발열도 써멀 패드와 베이스 플레이트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방출된다.

온도 및 소음을 확인해 봤다. 1920x1080 풀옵션 상태로 설정 후 15분 동안 그대로 둬 풀로드 상태로 만들었다. 풀로드 상태가 되니 GPU 온도 85도, 팬 스피드 42%로 동작했다. 해당 상태에서의 소음은 어떨까? 풀로드 상태에서는 평균 소음 52dB로 측정됐다. 이는 조용한 사무실 정도다. 그래픽카드 소음으로 거슬릴 일은 거의 없었다.

▲ 풀로드 상태에서의 소음. 평균 52dB

▲ 라데온 와트맨을 동해 내부 설정을 변경할 수 있다

성능은 어떨까

다음으로 사파이어 RX 5700 XT가 실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지 간략한 테스트를 통해 알아봤다.

<테스트 사양>
- CPU : 인텔 코어 i7-9700K
- 메인보드 : 기가바이트 Z390 어로스 마스터
- RAM : 팀그룹 T-Force DDR4 16G 25600 나이트호크 RGB(8Gx2)
- 파워서플라이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700W +12V Single Rail 85+
- 운영체제 : 윈도우10 64bit RS5

3DMARK

FutureMark사의 3DMARK 중 파이어 스트라이크와 타임 스파이를 구동했다. 이를 통해 사파이어 RX 5700 XT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26,008점으로 측정됐다. 경쟁 제품인 RTX 2070은 그래픽 스코어 23,000점대로 측정된다. 물론 RTX 2060 슈퍼보다도 높은 점수며 RTX 2070 슈퍼와 비슷한 점수라 볼 수 있다.

DX12 기반인 타임 스파이에서는 그래픽 점수 8,812점으로 측정됐다. 참고로 1860MHz로 극오버클럭된 RTX 2060 슈퍼(RTX 2070과 비슷하거나 더 상위의 성능)의 경우 9,467점으로 측정된다. RTX 2070도 이와 비슷한 점수다.

바이오 하자드 RE:2

AAA급 게임인 바이오 하자드 RE:2에서 프레임을 측정해 봤다. DX11 API에 그래픽 우선 프리셋을 적용시킨 상태다. 수직 동기화를 해제하고 풀HD, QHD 환경으로 나눠 측정했다. 측정 구간은 클레어 B편 시작 부분에서 경찰서 헬기가 떨어진 뒷문 앞까지 이동하는 부분이다.

풀HD 해상도에서는 평균 203프레임, 최소 167프레임으로 측정됐다. QHD 해상도에서는 평균 131.6프레임, 최소 113프레임으로 측정됐다. 참고로 RTX 2060 슈퍼(1860MHz)의 경우 풀HD 평균 193프레임, 최소 163프레임으로 동작한다.

오버워치

오버워치 훈련장 벤치마크를 통해 풀HD, QHD, 4K UHD 환경의 프레임을 테스트해 봤다. 렌더링 스케일은 100% 고정에 옵션은 최상 프리셋으로 설정했다. QHD까지는 고주사율 모니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4K UHD도 평균 60프레임은 훌쩍 넘겼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톰 클랜시의 디비전 2에 포함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통해 풀HD, QHD 해상도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주는 지 알아봤다. DX12 API 적용 및 풀옵션에서 수직 동기화만 해제한 조건이다. 테스트 결과 평균 프레임은 풀HD 102프레임, QHD 67프레임으로 측정됐다. 톰 클랜시의 디비전 2가 고사양 게임이며 풀옵션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다. 옵션 타협을 통해 고주사율 모니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풀HD 결과

▲ 톰 클랜시의 디비전 2 QHD 결과

전력 소모

RX 5700 XT의 소비 전력은 225W로 표기된다. 사파이어 RX 5700 XT의 소비 전력을 벤치마크 테스트 시 GPU-Z 센서를 통해 확인해 봤다. 181W로 측정했다. 참고로 최대 온도는 85도에 팬 스피드 44%, 팬 스피드 1445RPM도 확인할 수 있다.

뛰어난 성능으로 만족도 높인 '사파이어 RX 5700 XT'

사파이어 RX 5700 XT에 대해 알아봤다. 레퍼런스 디자인이라 깔끔하며 풀로드 상태에서 프레임 저하 현상은 없었다. 소음도 적은 편이라 장시간 게임을 즐겨도 거슬릴 일이 없었다.

또한 게임 시에는 RTX 2060 슈퍼, RTX 2070보다 조금 더 나은 성능을 제공했다. 라데온 베가 시리즈 때만 해도 상당히 높은 가격대에 전력 소모가 아주 높아 지포스 상위 라인업에 고전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춰 아주 나아진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가격대는 7월 22일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으로 534,400원이다.

사파이어는 라데온 그래픽카드 제조사 중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번 시간에 알아본 사파이어 RX 5700 XT는 현재 레퍼런스 디자인으로만 출시된 RX 5700 XT 제품군 중에서도 정석이라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선택할 계획이면서 가격 대비 성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유저에게 사파이어 RX 5700 XT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