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휴대성도 우수해 노트북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만큼 인기가 높다. 어디서든 동영상을 보고, 웹 서핑도 즐기고 문서 작성도 거침없이 해낸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나 iOS 계열 태블릿은 몇 가지 제약이 있어 노트북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액티브X’ 문제, PC에서 누렸던 자유도, 무궁무진한 윈도우 기반 응용 프로그램 등. 쓰다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범용성, 호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윈도우 기반 태블릿(윈도우 RT가 아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이유인지 7~8인치, 9~10인치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는 타 OS 태블릿과는 달리 윈도우8 태블릿은 온통 10인치 이상 큰 태블릿 뿐이다. 최근 태블릿 시장 트렌드를 보면 휴대성을 내세운 7~8인치 제품이 강세인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서가 지난 6월 8인치 대 윈도우8 태블릿 <에이서 Iconia W3 810>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일한 8인치 대 윈도우8 태블릿이면서, 동시에 현존하는 가장 작은 윈도우8 태블릿이기도 한 이 제품은 손바닥 위 윈도우8 머신을 제대로 구현했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는 이 제품에 관심을 내보일 뿐 막상 구입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왜 그럴까?

이 제품은 안타깝게도 국내 정식 유통되지 않은 상태다. 이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지역에서 배송대행 혹은 구매대행 등의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 8인치 윈도우8 태블릿PC - 에이서 Iconia W3-810

모델명	에이서 ICONIA W30810
OS	MS Windows 8 32bit
CPU	인텔 아톰 Z2760
디스플레이	8.1인치 WXGA 5-터치 LCD (1280X800)
메모리	2GB
저장공간	eMMC 64GB/32GB
무선랜/블루투스	IEEE 802.11b/g/n, 블루투스 지원
웹캠	전후 각 200만화소
I/O	microSD 슬롯, micro HDMI, micro USB 오디오
배터리	리튬폴리머(3400mAh)
전원	DC12V, 1.5A
크기 및 무게	134.9x219.0x11.4mm 약 500g

▲ 에이서 W3 810의 박스 패키지. 여행을 테마로 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그만큼 휴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 한손으로 쥘 수 있는 슬림한 태블릿이다.

▲ 함께 제공되는 간략한 설명서

손 안의 윈도우 머신으로는 최적의 크기
9~10인치보다 7~8인치 태블릿이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휴대성이다. 두 손으로 모셔야(?)하는 커다란 태블릿 대신 한 손으로도 쥐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서 W3 810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손바닥 위에서 돌아가는 윈도우8 머신으로, 어디서든지 PC 작업을 편리하게 처리해낼 수 있다.

크기나 두께 등은 타 7~8인치 급 태블릿과 거의 비슷하다. 성인 남성이라면 사진과 같이 한손으로도 기기 양쪽을 잡을 수 있다. 물론 10인치 급에서는 불편했던 세로 화면에서의 엄지 타이핑도 매우 자연스럽다. 그렇게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그립감이나 생김새는 나무랄 데 없다.

▲ 9~10인치 태블릿과는 달리 크기가 작아 사진과 같이 양손 엄지를 이용해 키보드 입력을 쉽게 할 수 있다.

▲ 아이패드 4세대와 에이서 W3-810, 갤럭시S3의 크기 비교

▲ 약 500g으로 가벼워 휴대하기가 좋다.

▲ 어댑터를 포함해도 약 600g에 지나지 않는다.

백색 테두리를 바탕으로, 전면은 블랙 베젤을 썼다. 베젤 폭도 적당한 편. 뒷면은 메탈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 재질로 마무리했다.

▲ 뒷면은 메탈 느낌이 나는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다.

약 1cm로 슬림한 측면부에는 전원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을 달았다. 타 윈도우 태블릿에서 볼 수 있는 화면 회전 잠금 버튼은 따로 없다. 회전 잠금을 위해서는 화면 설정에서 따로 해줘야 한다.

▲ 약 1cm에 불과한 얇은 두께

▲ 윈도우 하드웨어 버튼이 제공된다.

▲ 중력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태블릿 위치에 따라 화면이 세로, 가로로 자동 전환된다.

두께가 얇다보니 USB는 마이크로 타입을 적용시켰다. 따라서 외부 키보드나 마우스, 외장 스토리지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USB를 일반형으로 바꿔주는 젠더를 써야한다. 젠더는 기본 제공되지 않아 별도로 사야한다.

▲ 좌측부터 마이크로HDMI, 마이크로USB, 그리고 전원버튼 순이다.

▲ 음량 조절 버튼(up/down) 옆에는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이 있어 저장 공간을 늘릴 수 있다.

▲ 양쪽에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는 이어폰과 전원 단자가 위치한다.

▲ USB 기기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USB를 일반 USB로 변환하는 케이블을 써야 한다.

또한 외부 디스플레이 연결을 지원하는데 이 역시 마이크로HDMI 포트를 사용한다. 노트북과 동일하게 미러링은 물론이고 듀얼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므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거나 바탕화면을 넓게 쓸 수 있다.

▲ 마이크로HDMI 포트에 외부 모니터를 연결. 듀얼 모니터 환경으로 쓸 수 있다. 이때 최대 해상도는 1920X1080이다.

앞뒤로는 카메라를 달아 활용성을 높였다. 그러나 앞뒤 모두 200만 화소로 요즘 나오는 태블릿에 비하면 성능은 떨어진다. 화상통신 혹은 웹에 올리기 위한 간단한 사진 촬영용으로는 그런대로 쓸 만하다. 플래시는 따로 달려있지는 않다.

▲ 앞쪽과 뒤쪽에는 각각 2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장했다.

▲ 내장된 카메라(후면)로 촬영한 샘플 이미지(원본에서 1024X576으로 리사이즈 함)

무게는 약 500g으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전원은 다른 태블릿에서 흔히 볼 수 있는 USB를 이용한 충전방식이 아닌 전용 충전기를 이용해야 한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미국 내수용으로 플러그는 100~110V 형태로 되어 있지만 멀티볼트 입력을 지원하므로 흔히 ‘돼지코’라 부르는 변환 플러그를 앞에 끼우면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어댑터 출력은 12V, 1.5A이다.

▲ 미국 내수용이지만 220V도 사용 가능해 변환 어댑터만 꽂으면 국내에서도 쓸 수 있다.

자글자글 ‘모래알’ 액정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는 8.1인치(20.6cm)로 1280X800 해상도를 갖고 있다. 16:10의 와이드 디스플레이이며, 영화를 보거나 문서 작업, 웹 서핑 등 어떤 목적으로 써도 적당하다. 문제는 액정디스플레이의 품질. 이미 해외의 리뷰나 사용기에서 드러난 대로 근래에 출시되는 다른 태블릿과 비교하면 구입이 망설여질 정도로 최악이다. 또렷한 화면이 아닌, 자글거리는 모래알 같은 화면은 보는 내내 신경 쓰일 정도다. 물론 화면 품질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이라면 대수롭지 않겠지만, 완벽한 품질로 감성 만족을 이끌어내는 최근 IT 디바이스의 트렌드를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다.

▲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글거리는 화면을 볼 수 있다.

- 지문방지 필름을 붙인 것 같이 화면이 탁하다.
- 화면에 기름칠한 것 같다.
- 화면이 뿌옇다.

에이서 W3 810을 처음 대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첫 느낌이다. 유일한 8인치 대 윈도우 태블릿, 현존하는 최소 윈도우8 태블릿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슈를 크게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단점이 없으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상하 시야각은 그런대로 괜찮으나 좌우시야각은 떨어진다. 특히 좌측에서 본 시야각은 심한 왜곡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모래알과 같은 자글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일까? 터치스크린과 LCD 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하는데 굴절 차이로 인한 이중상 문제를 방지하고, 직광에 대한 난반사를 낮추기 위해 터치스크린 안쪽에 코팅을 하거나 필름을 입힌다. 에이서 W3 810은 이런 이유로 안쪽에 ‘haze’ 코팅하거나 필름을 입혀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은 과거 몇몇 PMP나 저가형 태블릿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눈의 피로가 적고 눈부심도 줄어드나 결정적으로 화질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소비자는 꺼려하고 있는 방식이다.

웹서핑, 오피스용으로는 무난한 성능
태블릿용으로 많이 쓰는 인텔 아톰 Z2760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최근 발표된 비약적 성능을 보여주는 차세대 아톰 ‘베이트레일’이 아닌 ‘클로버트레일’을 달고 있어 아쉽기는 하나 일반적인 웹 서핑, 오피스 작업용으로는 쓸 만하다. 듀얼코어이지만 하이퍼쓰레딩을 적용해 논리 4 코어를 지원한다. 1.8GHz로 동작하며, L2 캐시는 512KB를 내장했다. 또한 메인 메모리는 다른 아톰 기반 태블릿과 동일한 2GB이다.

▲ CPU-Z를 통해 본 아톰 프로세서 정보

▲ 크리스탈마크 테스트 결과

▲ 윈도우8 체험지수 결과. 프로세서와 그래픽 성능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프로세서와 그래픽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3DMark 06을 돌려봤다. 역시 ‘아톰’인지라 그 결과값은 울트라북 등 다른 윈도우 기반 제품과 ‘비교불가’ 수준으로 낮게 나타났다. 태블릿용 프로세서 답게 저전력, 저발열 등 모바일 환경에 맞추다 보니 성능을 양보한 것이다. 그래도 앞서 밝힌바와 같이 웹서핑이나 문서 작업 목적이라면 문제없다. 어차피 메인기기가 아닌 짬짬이 쓰는 포터블 디바이스이니 적당하게 느껴진다.

▲ 3DMark 06 테스트 결과

아톰의 성능에 대해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게임 구성 성능은 매우 낮다. 그래도 영상 재생은 잘 처리해내는 편이다. 1920X1080 해상도를 갖는 2GB 용량의 풀HD 영상은 간혹 끊기는 느낌이 들었으나 무난하게 재생하는 편이다. 물론 1280X720 해상도의 HD 영상은 전혀 문제없이 처리해낸다.

동영상 연속 재생 ‘6시간’
그럼 성능 대신 저전력을 선택한 아톰 Z2760의 구동 시간은 어떻게 될까? 완충 후 약 50분 분량의 동영상 파일을 반복 재생해 배터리 부족으로 꺼질 때까지 시간을 측정해 봤다. 이때 화면 밝기는 50%, 소리 크기는 20%로 설정했다. 테스트에 사용된 영상은 1280X720 해상도를 갖는 MP4 파일이다.

테스트 결과 배터리 잔량이 4%까지 떨어져 자동으로 대기 상태에 들어가는 순간 최종적으로 반복 재생한 시간은 약 6시간이었다. 백그라운드로 많은 작업이 이뤄지는 윈도우 태블릿을 감안하면 이만한 크기에 기대할 수 있는 무난한 배터리 사용시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 등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6시간보다 긴 사용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제품의 사양에 표시된 ‘8시간 사용 가능’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듯하다.

▲ 동영상을 6시간 가량 반복 재생했더니 배터리 잔량 부족 경고가 뜨면서 꺼졌다.

항상 손에 쥐고 쓰는 태블릿은 발열도 민감한 요소 중 하나다. 위 배터리 사용시간 테스트 중간에 어느 정도 기기에서 열이 발생하는지 측정해 봤다. 전체적으로는 약간의 열만 발생할 뿐 큰 불편은 없었다. 다만 뒤쪽 카메라 아래 부분은 약 39도까지 온도가 올라가 후끈거렸다. 세로 방향으로 잡았을 때에는 괜찮으나 가로로 잡을 경우 좀 더운 날씨에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장공간은 하드디스크를 대신해 SSD를 썼다. 제품에 따라 32/64GB 용량으로 나뉘며, 리뷰에는 64GB 제품을 사용했다. MS 오피스까지 포함해 초기 가용량은 약 28GB 정도 된다. 물론 복구영역도 포함된다. 따라서 추가 저장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면 복구영역을 삭제해도 좋다(복구영역은 남는 USB디스크드라이브에 옮길 수 있다). 물론 부족한 공간은 마이크로SD 카드를 활용해도 된다. 32GB 제품의 가용량은 9GB 정도 된다.

▲ 64GB 제품의 경우 오피스까지 모두 설치하고 나면 쓸 수 있는 용량은 약 28GB 가량 된다.

▲ 8.2GB 용량의 복구 영역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SSD이지만 우리가 데스크톱PC나 노트북에서 보던 SSD보다는 성능이 떨어진다.

SSD는 eMMC 타입을 사용했다. eMMC란 embedded Multi Media Card의 약자로, 태블릿과 같은 소형 모바일 디바이스에 주로 사용되는 저장용 메모리 반도체이다. 읽기와 쓰기 등 속도는 일반 SSD와 비교해 성능은 뒤떨어지지만 크기가 작고, 소비전력도 낮아 작은 태블릿과 같은 환경에서는 잘 어울린다.

오피스는 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에 열린 컴퓨텍스에서 x86 기반의 윈도우8 태블릿에는 오피스가 기본 제공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에이서 W3 810에서도 오피스를 공짜로 쓸 수 있을까? 살펴보니 ‘Windows 8 Small Screen Touch with Office Home & Student 2013' 형태로 오피스가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피스가 이미 설치되어 있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함께 제공되는 등록번호를 이용해 설치하면 워드, 엑셀 등 MS오피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 MS오피스를 설치할 수 있는 등록번호

특히 리뷰에 사용된 에이서 W3 810은 미국 내수용으로써 초기에 언어는 영어로 설정되어 있지만, 추가 언어팩을 설치하면 한국어 표시는 물론이고, 한국어 도움말, 한국어에 맞춘 언어교정도구까지 사용할 수 있다.

▲ MS 오피스 2013 버전이 함께 제공된다.

윈도우 8 역시 초기에는 영어로 되어 있지만, 지역을 한국으로 바꾸고, 언어 또한 한국어로 설정하면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 미국 내수용 제품으로 초기에는 영문 상태로 설정되어 있지만 한국어 패키지를 설치하면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모래알 액정만 아니면...
태블릿으로서는 휴대성 최고인 8인치 대 크기. 들고 다니기 적당한 무게. 비록 아톰 프로세서이지만 밖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넉넉한 배터리 사용 시간. 게다가 안드로이드나 iOS 계열은 따라올 수 없는 x86 기반의 윈도우 머신. 여기까지 나열한 요소만 보면 참으로 매력적인 기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서피스 RT'의 윈도우RT가 아닌 윈도우8을 OS로 사용한 점은 태블릿의 활용 가치를 더욱 키워준다.

문제는 뿌옇고 흐릿한 액정 디스플레이. 이 제품을 쓰면서 “에이서는 멀쩡하게 제품을 만들어 놓고서는 왜 디스플레이에 이딴 짓(?)을 했을까?”하는 반복적인 물음만 생겨났다. 얼마 전 인텔이 발표한 베이트레일 기반의 소형 태블릿이 빠르면 11월부터 등장하니 소비자는 조금만 더 참으면 되므로 아쉬울 것은 없으나 윈도우 기반의 소형 태블릿이 전무한 상태에서 유일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이서 W3 810'의 이름값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