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조립PC를 맞추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 PC의 사용 용도와 가격 등에 따라 중점을 두는 부분이 저마다 다를 것이다. 게임을 위해 PC를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그래픽카드의 종류에 많은 신경을 쓸 것이고, 게임보다 컴퓨팅 성능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CPU와 메인보드의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빠른 데이터 로딩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SSD를, 고용량 데이터 저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HDD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용도에서 PC를 맞추던 공통적으로 케이스 디자인에 대해서는 고민하기 마련이다. 어떤 옷을 입냐에 따라 사람의 인상이 달라지듯, 아무리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PC라 할지라도 케이스의 디자인에 따라 보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PC의 쓰임새가 방안에만 국한돼 있지 않고 거실과 주방 등 다양한 장소로 확대되면서 인테리어의 요소까지 감안해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투박하더라도 튼튼하고 기능이 많은 제품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PC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위에서 말한 사용 용도이지만, 결국 이를 완성시켜주는 것은 케이스의 디자인인 셈이다. 때문에 케이스를 PC의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올 상반기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PC 케이스가 쏟아졌는데,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디자인에 주안점을 둔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각적인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에 제조사들 또한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그 중에서도 피씨팝(PCPOP)이 내놓은 '뷰(VIEW)'와 지엠씨(GMC)의 '아이로보', 앱코의 '헬퍼'는 각 업체의 특색을 잘 반영한 개성넘치는 외형으로 상반기 PC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으로 꼽힌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모든 유저마다 다르기에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세 제품은 디자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지난 상반기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련된 외형으로 케이스 시장 선도한 '피씨팝 뷰'

지난 상반기 PC 케이스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뿌렸던 제품으로 피씨팝의 뷰(VIEW)를 꼽을 수 있다. 뷰 케이스는 얼핏보면 애플의 맥을 닮은 세련된 외형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고, 출시 후 연일 완판 행진을 벌이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블랙과 화이트 등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는데, 당시로써는 드물게 화이트 색상에 대한 주문이 폭주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앞면 베젤을 메탈 재질로 제작해 타 제품과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판매되는 케이스 중 금속 재질의 느낌을 강조한 제품은 많지만, 플라스틱에 금속 느낌을 입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뷰 케이스는 베젤에 진짜 메탈 재질을 사용함으로써 세련된 외형에 내구성까지 더했다.

여기에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간결한 아름다움도 돋보인다. 또한 도장 상태나 마감이 모두 뛰어나기 때문에 분위기에 따라 블랙과 화이트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피씨팝은 최근 뷰 케이스 블루 버젼도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뷰 케이스의 인기 비결은 단지 디자인만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사용이 편리하도록 전원 버튼을 앞면과 상단에 배치했으며, 원활한 쿨링을 위해 120mm 쿨링 팬을 뒷면과 상단에 각각 배치했다. 또한 이물질 방지를 위한 먼지 필터도 마련했고, 380mm 길이의 고사양 그래픽카드 탑재를 위한 폭넓은 내부 공간도 특징이다.

파격적인 스타일로 이슈를 모은 'GMC 아이로보'

상반기 출시된 케이스 중 '파격'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제품으로 지엠코퍼레이션(GMC)의 아이로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블랙과 화이트로 출시된 GMC 아이로보 시리즈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로봇의 느낌을 주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하지만 메카닉풍의 천편일률적 외형을 적용한 여타 케이스와 달리 어린이 만화에나 나올 법한 귀여운 로봇의 얼굴을 입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다. 동그랗게 뜬 두 눈과 살짝 벌린 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정집은 물론 일반 매장에서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가치가 큰 제품이다.

베젤에 적용된 두 눈은 전원과 리셋 버튼, 상태 LED 역할을 한다. 이에 작동시 눈이 반짝이는 듯한 흥미로운 효과를 연출할 수 있고, ODD 장착부는 개폐시 마치 혀를 날름거리는 것처럼 보여 신선한 느낌마저 준다. 또한 이마 부분에 해당되는 상단 I/O 포트는 덮개 방식을 적용해 먼지 유입을 막고 파손을 방지해 준다.

내실에도 만전을 기했다. 최고 365mm 길이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폭넓은 내부 공간을 마련했으며, 섀시 내외부를 모두 블랙 코팅으로 마감해 내구성을 높였다. 여기에 간편한 선 정리와 쾌적한 내부 환경을 위한 선 정리 홀을 마련했고, USB 3.0 포트를 탑재하는 등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뒤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가 있는 가정 혹은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야하는 카페 같은 곳에서 특히 인기만점의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던 지엠씨의 계보를 잘 잇는 제품이다.

심플하면서도 남성적 이미지 강조한 '앱코 바이퍼 헬퍼 3.0'

케이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앱코일 것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인 앱코는 그간 깔끔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케이스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앱코가 작년 말 선보인 '바이퍼 헬퍼 3.0'은 기존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바이퍼 USB 3.0'의 후속작으로 중세 시대 기사의 투구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바이퍼 헬퍼 3.0은 역시 다른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화이트와 블랙으로 출시됐다. 블랙이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면, 화이트는 흡사 값 비싼 가구를 보는 것과 같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세련미를 강조했다. 때문에 게이밍PC처럼 높은 성능을 요하는 시스템에 특히 잘 어울린다. 또한 앞면 베젤의 윗부분은 도어형으로 필요에 따라 개폐가 가능하게끔 만들어 깔끔한 디자인을 일관성있게 유지할 수 있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도 엿보인다.

바이퍼 헬퍼 3.0의 또 다른 매력은 고가의 하이엔드 케이스가 부럽지 않은 뛰어난 기능과 확장성이다. 이 제품은 현재 인터넷 최저가를 기준으로 4만원 초반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탑재된 기능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먼저 온보드형 듀얼 USB3.0 포트 2개와 USB2.0 포트 2개 등 총 4개의 USB포트를 제공하고, 상단에 하드 도킹 시스템 및 4팬을 제어하는 2채널 팬컨트롤러를 갖춰 사용자가 수동으로 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쿨링 능력도 뛰어나다. 앞면에는 1개의 블루 LED 팬과 상단에 2개의 120mm 배기팬, 후면에 1개의 120mm 배기팬 등 총 4개의 팬을 달아 내부 발열을 빠르게 해소한다. 여기에 VGA의 쿨링을 위해 HDD 베이에 단독 그래픽 룸용 120mm 쿨러를 설치할 수 있다. 또한 HDD는 측면 슬라이딩 가이드를 통해 최대 4개까지 설치 가능하고, 2.5인치 전용 베이와 하단 나사홀을 통해 최대 4개의 SSD까지 도합 8개의 저장장치를 달 수 있다. 앱코가 왜 케이스 시장의 강자인지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